타인작
현재 추사 작품이라 유통되는 작품 중 상당수가 추사의 작품이 아닌
그의 제자들의 작품이다. 혹자는 애초 속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위작보다 낫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도의적 차원에서는 물론 그
렇다 할 수 있다. 하지만 타인작으로 분류된 추사 선생 제자의 작품들이
더욱 선별해내기 까다롭고, 그로 인하여 추사 작품 진위의 혼돈이 가중
되고 있기 때문에 어찌 보면 위작의 문제보다 먼저 해결되어야 하는 부
분이라고 생각된다. 이의 해결을 위하여 많은 수의 오류가 보이는 제자
의 작품들을 골라 설명하기로 한다.
먼저 개인소장인 <초의에게 주는 글>(도 183)을 살펴보자.
이 작품은 추사의 작품이 아니고, 추사 제자이자 지기 중 한 분인 이
재彛齋권돈인權敦仁의 작품이다. 우선 작자, 배자, 행획이 추사의 것과
많이 다르며, 더욱 결정적인 단서는 관서로, ‘거사居士‘는 권돈인 선생
의 아호이다. 모암문고茅岩文庫소장 작품인 추사秋史와 이재彛齋의 합
작품인 <완염합벽>(도 22)’을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이 책자 작품을 보
면, 먼저 이재彛齋가 책의 앞부분을‘우염노인又髥老人’, ‘염우제髥又
題’, 그리고‘우염거사又髥居士’라는 관서를 사용하시어 작품하셨고, 추
사秋史가 책 후반을 작품하신 후,‘ 노완老阮’과‘노완시안老阮試眼’이라
는 관서를 사용하셨다.‘ 염髥’이란 수염이라는 뜻으로‘염우제髥又題’란
‘염이 다시 제하다’라는 의미가 된다. 이 <완염합벽>의 존재로‘염髥’의
관서가 이재 권돈인의 아호임이 확실해졌다. ‘우염又髥’이란 직역을 한
다면“또 다시 수염이 자랐다”라는 뜻으로, 추사의‘노완老阮’과 같은
의미로‘나아가 더 드신 후, 늙은, 노인’등의 뜻으로 해석함이 타당하
다. 항간에‘염髥’의 관서는 추사의 아호이고,‘ 우염又髥’의 관서는 권돈
인의 아호라 주장하는 분이 계신 것으로 아는데, 이는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완염합벽>은 권돈인 선생 72세, 추사 69세
시 작품으로‘우염又髥’,‘ 노완老阮’의 관서와 일치한다. 따라서‘거사居
士’,‘ 병거사病居士’,‘ 염髥’,‘ 우염又髥’,‘ 염나髥那’,‘ 나가那伽’.‘ 나
가산인那伽山人’등의 관서는 이재 권돈인 선생의 관서임이 확실해진다.
따라서 간송미술관 소장‘명선茗禪’은 그 필획에 있어서도 추사의 획과
\차이가 있고‘병거사病居士’라 관서되어 있는 바, 추사 선생의 작품이
아닌 이재 권돈인 선생의 작품임을 알 수 있다.(도 22 <완염합벽>, 도 191 <
명선> 설명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