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정혼/위작

시우란 示佑蘭

Moam Collection 2010. 2. 22. 19:28

시우란 示佑蘭

  

도125 <시우란> 23.0×85.0cm. 개인 소장

 

추사의 아들(서자) 상우를 위하여 추사가 그려주었다고 전해지는 이 <시
우란>을 후도 <증 번상촌장란>(도 182) 이재 권돈인 작품과 비교해 보면
구도나 난엽, 난화가 거의 같아 보인다. 이재 권돈인의 난엽은 거의 추
사에 가까운 운필획이나, 다만 다르다면 난엽 중간 부분이약간두껍다.
<인정향투란>(도 15) <소심란>(도 86)과 비교하며 감상해 보면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이 위작 난엽도 이재 작품과 같이 난엽 중간 부분이 약간
두꺼움을 볼 수 있어 <증 번상촌장란>(도 182)을 보고 위모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난엽, 난화의 획력이 <증 번상촌장란>에 미치지 못하며,

화제도 차분하고 정중한 맛은 있으나 획이 매우 허약하다. 표시(○)한
‘사란寫蘭’,‘ 중中’자의 내려 그은 획이 아주 약하며‘래來’자의‘十’부
분은 추사는 즐겨 쓰지 않고 이재가 즐겨 쓰는 획이며, 작자, 배자, 행
획의 전체적 균형 등으로 보아 추사 작품과 다름을 알 수 있다. 특히 춤
추는 듯한 율동미와 생동감 넘치는 획이 아니다. 전도 진작 <권돈인 세
한도 발문>(도 71), <창포익총>(도 102-1) 행서 등과 비교해 보면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다.


2006년 추사서거 150주년을 기념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기획했던 전

시의 도록 <추사 김정희 학예일치의 경지> 뒷부분에 수록된 한 학예사
의 글을 살펴보면, 이 <시우란>을 몇 가지 이유를 들며 추사 유배시절 작
품으로 진작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 이유들을 살펴보면, 이 <시우란>
의 화제글에서 나타나는 횡획과 종획의 굵기 차이가 추사 서체의 전형
적 특징이라는 점과 이 화제글이 추사의 대표작 중 하나인 세한도 발문
글 그리고 개인소장 추사 61세시 수찰(전시도록 p. 381 참조) 글씨와 비슷
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견해는 많은 오류를 가지고 있다. 우선 대부
분의 추사 글들에서 보여지는 횡획과 종획 굵기의 차이는 추사의 독특
한 운필법에 의한 행획과 작자에 의한 자연스러운 결과물이고, 이러한
획들은 특유의 강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에 더
하여 글과 글의 위치를 공간과 어울리게 적재적소에 위치시키는 배자의
과정을 통하여 모든 추사의 진작작품들은 거의 완벽한 균형과 전체적인
조화를 이룬다. 그렇다면 이 위작의 화제글이 추사 글의 이러한 특징들
을 담고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위에서 표시(○) 지적한 부분 이외의 거
의 모든 자들에서 추사다운 행획, 작자, 배자의 특성을 찾아 볼 수 없다.
또, 위 학예사의 논리를 따르자면, 모든 횡획과 종획의 굵기 차이가 나타
나는 작품들을 추사 진작작품으로 볼 수 있다는 말이 성립될 수 있는데
이는 말이 되지 않는다. 또 이 위작의 화제글을 <세한도>의 발문과 비교

하며 서로 통한다 했는데, 도대체 어느 부분이 통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세한도 발문의 추사 진작 글과 이 위작의 화제글을 필자가 위에
서 설명한 추사 진작들에서 나타나는 행획, 작자, 배자의 특성을 상기하
며 다시 한 번 자세히 비교하여 보기 바란다. 또, 이 위작 화제글을 개인
소장 61세시 편지글과도 비교하였는데 필자가 이 편지를 살펴보니 추사
의 진작이 아닌 위작 수찰이어서 이 두 위작의 글을 비교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행획, 작자, 배자 등 다른 점을 언급하지 않
더라도 수찰의 글이 점점 좌측으로 기울고 있는 이 편지 작품을 추사 61
세시 만년 편지글이라 할 수 있을까? 물론 행획, 자체, 배자에 있어서도
어느 것 하나 추사다운 면을 갖추고 있다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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