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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 a Glance – 인정향투人靜香透 2 선비의 향기를 맡다

Moam Collection 2016. 1. 16. 19:31

At a Glance – 인정향투人靜香透 2 선비의 향기를 맡다



1. 『운옹화첩雲翁畵帖』

산마루에
흰 구름만 가득하구나



산중영상山中嶺上

山中何列有
嶺上多白雲
秪可自怡悅
不堪持贈君

紫霞七十八叟

산중에 무엇이 있나
산마루에 흰 구름만 가득하구나
다만 가히 스스로 즐거울 뿐이니
그대에게 줄 수는 없구나

자하칠십팔수

시문의 내용은 흥을 돋우고 쓰인 서체도 활달하면서 정중하며 힘차고 빼어나다. 오른쪽 지면은 바탕 종이에 무늬를 넣어 한층 멋을 냈는데, 첫 장의 양면이 아닌 오른쪽 한 면에만 무늬를 넣어 단조로움을 피하는 동시에 작가가 ‘절제미’를 표현하였다. 이러한 ‘변화와 절제’를 작품 속에서 적절히 사용할 줄 아는 선생의 세심함을 느낄 수 있다. 양 지면에 무늬를 모두 넣었다면 작품이 산만하여 지금만큼의 감흥을 불러 일으킬 수 없다. 지면 무늬를 자세히 살펴보면, “산 마루에 흰 구름만 가득하구나.” 시구의 내용을 그대로 무늬로 표현하였음을 알 수 있다. – p. 99

이 시의 서체에서 보이는 것처럼 글씨들이 이렇게 활기 넘치고 기운차며 생기 넘치는데 다음 해에 바로 돌아가시다니. 여러 현인들의 말씀처럼 인생이란 이처럼 부질없고 허무한 것이란 말인가? – p. 100

밭 농막 사이에 한가로이
떠 있는 것 같구나



겸가해蒹葭䲒

蒹葭蒼蒼 紫䲒正肥

無借任公子手段

能免眺柵 而若是閒泛於田間墅疇

則可謂脫網之物 來歲春水生時能産幾首此不䲒

물억새 갈대 푸르고 자주 빛 게는 살지었네

공자의 수단은(솜씨는) 차임이 없다

능히 경계를 넘었고 밭 농막 사이에서 한가로이 떠 있는 것 같네

즉 가히 그물을 탈출한 까닭이로구나

새해 봄 물이 생길 때 이 게가 아니고 얼마나 더 생기겠는가 (새로운 게들이 나오겠는가)

시문의 내용을 보니, 그림의 내용과 작가가 그림을 통하여 말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하게 잘 나타나 있다. 갈대와 함께 그려져 있는 자주 빛 살진 게가 더욱 생기 넘치고 자유롭게 보인다 했더니, 이는 농막 사이에 쳐 놓은 그물에 걸렸던 게가 능히 그 그물을 뚫고 나와 자유를 만끽하며 갈대와 함께 있음이다.

이러한 순간을 포착하여 작가가 그림과 시문으로 이 장면을 나타낸 것이다. 그림의 수준도 수준이지만,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 시문의 내용이 더욱 돋보이고 보는 이의 심금心琴을 울린다고 생각된다. 도대체 ‘운옹’이라는 작가가 누구이길래 이러한 수준 높은 그림과 심오深奧한 뜻이 담기어 있는 이런 시문을 남겼단 말인가? 그려진 갈대와 게의 필획들도 자유롭고 활달하며, 이에 걸맞게 시문의 서체 또한 활달하고 생동감 넘치는 필치로 그림과 시문의 내용이 부합符合된다. 작품을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여러가지 의문과 궁금증이 일어 가슴이 답답해진다. 다음 장을 넘겨 보자. – pp. 103~104

 

능히 시간을 따라 열고 닫는 것은

능히 얻은 것이 차고 비고 소멸하고 자라는

이치와 같다

Gae-hap-woo_Un-ong-hwa-cheop

개합우蚧蛤藕

日月盈虛之理蚧蛤淂之領

此二介物豈偶然哉

碧藕結實而有物在其份

能隨時開闔似能淂盈虛消長之理

益見畵工別版排鋪也

해와 달이 차고 비는 이치 조개와 대합을 얻은 깨달음

이 두 개의 사물이 어찌 우연이겠는가

푸른 연근이 결실을 맺고 사물이 있고 그 기운이 있어

능히 시간을 따라 열고 닫는 것은 능히 얻은 것이 차고 비고 소멸하고 자라는 이치와 같다

화공이 보고 판을 나누어 배포를 그렸구나

위 「개합우蚧蛤藕」 장면을 포착하여 그림을 그리고 이러한 시문을 남겼다니, 실로 ‘운옹’이라는 작가의 문장 수준과 사유思惟의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시문의 내용을 보니, 작가가 마실을 나갔다가 조개와 대합, 그리고 잘 여문 연근을 얻은 모양이다. 이 우연히 얻은 수확물들을 마당 바닥에 놓아두고 그 감회를 글로 표현한 것인데, 문장의 내용이 역시 심오深奧하다. 위 시문의 내용대로 해와 달이 차고 비는 이치와 조개와 대합의 시간에 따라 열고 닫는 깨달음, 또 시간에 따라 열매가 맺고 자라고 소멸하는 자연의 이치·철학을 이 두 면에 글과 그림으로 온전히 표현했다. 그림이 바닥에 놓여있는 사물들을 표현하고 있어 정적인 느낌을 주며, 이에 따라 시문의 글도 해서楷書 기운이 강한 서체로 정중히 써 내려갔다. 아! 도대체 ‘운옹’이 누구란 말인가? 지금까지 아무런 작가에 관한 단서端를 찾지 못 하였다. 다음 장에서는 어떠한 작가에 관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까? 빨리 장을 넘겨 보자. – pp. 106~108

왜 자하 신위 선생은 이 화첩을 남겨 후손들에게 가보로 전하였을까? 이 논고를 쓰는 내내 이 의문이 필자의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지금 이 글을 맺는 시점에까지 확실한 대답을 할 수 없다.

다만 필자가 생각하는 한 대답은 이것이다. 사소한 일상 속에 마주하고 지나치게 되는 한 장면 한 장면을 그냥 스쳐지나치지 않고 포착하여 그 안에서 진리眞理· 도道를 찾는 ‘선비의 자세와 마음가짐’, 이것을 후대에 전하려 함이 아니었을까?

조선시대 선비 운옹 유한준의 향기가 진하게 퍼진다.

日月盈虛之理蚧蛤淂之領

此二介物豈偶然哉

 

해와 달이 차고 비는 이치 조개와 대합을 얻은 깨달음

이 두 개의 사물이 어찌 우연이겠는가 – pp. 137~138

2. 『완염합벽阮髥合璧』

『완염합벽阮髥合璧』은 이재 권돈인과 추사 김정희의 합작품으로서 역사 일면의 기록이 담겨져 있으며, 추사 서도 예술의 올바른 감상에 있어 절대적 기준을 제시해 주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예술품 중 하나이다. 먼저 『완염합벽阮髥合璧』의 의미부터 살펴보자. 세간에 『완염합벽阮髥合璧』을 이재 권돈인 선생과 추사 김정희 선생 두 분의 글과 그림을 함께 엮어 놓은 책이라 전하고 있는데, 이는 정확치 않은 설명이다. 『완염합벽阮髥合璧』의 적확한 의미는 ‘완당(추사) 김정희 선생과 염, 우염 권돈인 선생 두 분의 주옥같은 말씀을 모은 첩’이라는 의미이다. 『완염합벽』 중 ‘벽璧(구슬)’의 의미처럼 두 분의 주옥과도 같은 말씀들이 ‘두 개의 구슬’이 부딪히며 나는 맑고 청아한 소리처럼 울려 퍼진다는 의미이다. – p. 168

Wan-yeop-hap-byeop 1-2

  1. 如此石室 冬日仿白丁筆意 如珠玉在傍 頓覺形穢

甲寅陽至後五日 又髥老人

이렇게 석실에서 겨울날 백정의 필의를 방하였다

주옥이 곁에 있는 듯하여 문득 형상(그림)이 거칠게 느껴진다

갑인년(1854년) 동지至 후 오일 우염노인

  1. 昔在樊上 秋史携來白丁師蘭花小幀 相與歎賞 有題證於其右

未幾同有南北之遭 兩家書畵 俱煙雲變滅矣

歸檢山廚 零縑斷素 無有存者 而白丁蘭幀 如山窓幽竹 尙不改陰

非但墨緣可證 風波浩劫 不隨漂轉 依然有使人窮塗之感

偶仿其意 贈石秋 以識山中故事 髥又題

옛날 번상에 있을 때 추사가 백정이 그린 조그만 난 족자를 가지고 와 서로 감탄하며 감상한 적이 있었는데 그(족자) 우측에 이(서로 감상한 사실)를 적어두었다.

오래지 않아 함께 남북으로 귀향을 가게 되자 두 집안의 서화는 모두 연운으로 변하여 사라져버렸다.

돌아와 산주를 조사하여 보니 그림 조각 하나 남아 있는 것이 없었는

데 백정의 난 족자는 산창의 그윽한 대나무처럼 세월에도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비단 묵연을 가히 증명하며 풍파와 큰 겁탈에도 떠다니거나 굴러다니지

않고 의연하게 있는 것은 곤궁한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느끼는 바가 있

게 한다.

우연히 그 뜻을 방하여 산중고사를 기록하여 석추에게 준다.

염이 다시 적는다. – pp. 176~178

Chu-sa_Wan-yeop-hap-byeop

  1. 公自楓岳歸 作此券 筆勢益有蒼健處

蓋公之筆 自有天機如董太史 非人工可能

其神嶽靈澨之助發有 不可掩者歟

使手拙續之 殆婆沙世界淨穢同處 龍蛇混雜耳

又因餘墨重題 老阮試眼

공이 풍악에서 돌아와 이 책을 만들었는데 필세가 더하고 창건한

곳이 있다.

대개 공의 필법은 본래 동태사와 같이 천기가 있어 인공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 신령한 산과 신령한 땅 기운의 도움이 일어남이 있어 숨

길 수 없는 것이다.

솜씨가 서툰 나로 하여금 이어 쓰게 하였으니, 사바세계에 청정함과

더러움이 함께 있고 용과 뱀이 섞여 있는 것과 같다.

또 남은 먹으로 인하여 거듭 쓴다.

노완시안 – pp. 193~194

혼돈과 선택 Chaos and Choices

이 책의 프롤로그PROLOGUE 부분에서 잠시 언급했던 것과 같이 지금 우리는 그 어떤 것도 확실하다 할 수 없는 환영ILLUSION들로 둘러싸여 있는 혼돈CHAOS 속에 서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혼돈 속에서 모든 상황을 살펴 어떤 형태로든지 ‘선택CHOICE’을 해야만 하고 이 선택을 하는 부분은 온전히 각 개인의 몫입니다. 현재 각 개인의 위치와 상황은 자신이 인식하건 인식하지 못하건 이러한 끊임없는 선택의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금은 부자연스러운 연결이 될 수도 있지만, 제 생각에 예술 세계도 위와 별로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이전 저서 『추사정혼』(서울: 도서출판 선, 2008)의 도입부에서도 언급했듯 현재 현대미술의 주된 예술 경향을 살펴보면, 전통적이며 본질적인 예술의 의미와 가치에서 더욱 점점 멀어지고 다소 난해하고 가볍고 때때로 비이성적이며 상업성·선정성이 짙어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 현대미술의 상황은 자체적인 예술론을 생산하지 못하고 전통적인 예술론의 근간을 뒤엎은 서구의 이론과 예술 경향을 답습하고만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러한 예술 이론과 경향이 현대 사회의 발전에 기여한 부분도 있지만, 지금은 그 긍정적 기능보다 부정적인영향이 더욱 커졌다고 생각합니다. 예술가도 모든 것이 불확실한 혼돈 속에서 자신의 작품을 창조하는 데 있어 당연히 작품의 형태, 이를 표현할 방법, 재료 등 모든 것을 자의적으로 선택할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상황, 특히 예술의 긍정적 기능보다 부정적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아래 두 조선시대 문인, 선비의 가르침이 우리에게 어떤 빛을 비추어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論畵說曰 凡人之技藝 雖同 而用心則異. 君子之於藝 寓意而己, 小人之於藝 留意而己 留意於藝者 工師隸匠 賣技食力者之所爲也. 寓意於藝者 如高人雅士 心深妙理者之所爲也. 豈可留意於彼而累其心哉.

사람의 기예 비록 서로 같으나 그 마음 씀씀이는 아주 다르다. 군자의 예는 자신의 뜻을 일생 동안 자신의 몸에 꼭 붙여 살듯이 화품에 새겨 넣고, 소인의 예는 잠시 한 순간만 자신의 뜻에 머물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이익을 좇아 떠나는 것이니, 소인의 예는 선생으로부터 공부하고 예장해서 기술을 팔아 배 채우는 행위를 하는 것이며, 군자의 예는 높은 인격과 아담한 정신을 갖춘 선비와 같아서 인류 문명을 위한 오묘한 진리를 마음속 깊이 탐구하는 행위이니 어찌 기를 팔아 배 채우는 데 빠져 고아한 선비정신을 더럽힐까 보냐?

강희맹 『논화설』 중

大抵此事 直一小技曲藝 其專心下工 無異聖門格致之學. 所以君子一

擧手一擧足 無德非道 若如是 又何論於玩物之戒. 不如是 卽 不過俗

師魔界.

서화 하는 것이 비록 작은 기예요 곡예이나 그 자신의 마음을 오로지 다하여

서화 하는 행위는 성인공부聖人工夫 하는 데 격물格物하여 치지致知하는 학문과

하나도 다름이 없다. 말하자면 군자의 한 손짓 한 걸음의 행동이 덕德이 없고

도道가 아니면, 그 자신이 그리고 만들어 쓰고 즐기고 좋아하는 물물物物들의

옳고 그름을 또한 어찌 논할 가치가 있으리오? 이와 같이 도와 덕을 갖춘 군자

의 행위가 아니면 곧 마계魔界의 속된 스승에 지나지 않는다.

김정희, 『난화일권』 중

지금 우리 앞에 ‘예술Art’에 이르는 여러 갈래의 길들이 놓여 있습니다. 어떠한 길을 선택할지는 온전히 독자 분들의 몫입니다.

이제 여정이 종착점에 다다랐습니다. 다음 여정도 저와 함께하여 주시겠습니까? – pp. 204~209

 

by 人靜香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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