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정혼/진작

판전板殿현판

Moam Collection 2010. 1. 9. 04:10

판전板殿현판

  

 추사 김정희, 「판전板殿」현판, 1856, 봉은사

 

대자大字해서 현판으로서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치 않을 만큼 많이 알
려져 있는 명작이며, 추사의 서체를 연구하는 데 있어 기본이 되는 매
우 귀중한 사료이다.‘ 2장 추사 서도의 이해’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추
사 운필법을 명료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판板’자의‘목木’부분‘一’
획과 봉은사 <대웅전>(도 135-2)현판‘대大’자의‘一’획을 보면, 앞에서
설명했던 대로 8단계의 과정을 거치는 운필법으로 행획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추사 선생 71세 때 돌아가시기 3일 전에 쓰셨다고 전해지는, 추사께
서 이 세상에 남기신 마지막 작품이다. 이 시기 추사는 봉은사에 머물고
계셨고 당시 봉은사에서는 화엄경을 목판으로 만드는 작업과 이 완성된
화엄경 판을 보관할 목적으로 전각의 축수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마침
내 화엄경 판과 전각이 완성되어 화엄경 판을 전각에 비치하고 당대 최  

고의 석학이자 서예가인 추사 선생께 이 전각의 현판 글씨를 부탁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작품이‘판전’인 것이다. 추사는 큰 글
씨로‘판전板殿’이라 쓰신 후 옆에 추사 만년의 무르익은 행서로‘칠십
일과병중작七十一果病中作’이라 관서하신다. 이 관서로 미루어 당시 추
사의 건강이 매우 좋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판전’해서 대자 역시 꾸
밈없는 고졸한 최상의 서도 경지를 보여 주고 있다. 이는‘화엄경’이 지
니고 있는 내용과 무관하지 않다. 화엄경은 석가여래가 깨달음을 얻고
그 진리를 설법하는 내용이 주된 것으로 알고 있다. 불가의 여러 경전을
습득하시고 불교의 교리에 누구보다 밝으셨던 추사가 그 내용을 모를
리 없었다. 그는 이 작품을 쓰시며 석가여래의 깨달음을 자신의 생에 이
입하셨으리라! 도대체 추사께서 깨달았던 진리는 무엇이란 말인가. 인
생의 허망함이었을까, 아니면 아무런 욕심도 없는 무욕의 진리였을까.
아니 둘 다였을지도 모른다.


작품을 하신 후 3일만에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필자가 알고 있기 때문
일까? 추사의 다른 만년 작품보다 더욱 그 경지가 심오하고 높아 보여
숙연해진다. 이 작품을 한참 바라보며 흐르는 눈물을 금할 길이 없다.

ⓒ 모암문고 www.moamcollection.org

 

'추사정혼 > 진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송나양봉시送羅兩峯詩부채  (0) 2010.01.20
부친에게 보내는 편지  (0) 2010.01.14
원문노견遠聞老見대련  (0) 2010.01.06
인정향투란人靜香透蘭  (0) 2010.01.06
2. 추사 서도의 이해  (0) 2010.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