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정혼/진작

세한도 歲寒圖

Moam Collection 2010. 1. 22. 12:31

세한도 歲寒圖

  

 도68 <세한도> 지본수묵. 1844(59세). 23.3×108.3cm. 개인 소장

 

이 <세한도歲寒圖>는 추사가 그의 나이 59세(1844)로 제주 유배중이던
때에 이상적에게 그려 준 작품이다. 이상적은 당시 역관으로 연경을 자
주 왕래하면서 제주도에서 유배 생활을 하던 스승 추사 김정희를 위해
총 120권, 79책인《황조경세문편皇朝經世文編》이라는 방대한 양의 저서
를 비롯한 여러 귀중한 서책을 구해 스승에게 보내 드렸는데, 이에 감격
한 추사가 고마움의 뜻으로 이 <세한도>를 그려 그 제자의 인품과 의리
를 기렸다. 이는 세한도 발문에 잘 나타나 있는데, 추사는 사마천司馬遷
의《사기史記》와“날씨가 추워진 연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
든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라는 공자의 말씀인《논어論語》자한편子罕篇
의 한 구절을 인용하여 지위와 권력, 이익만을 쫓는 세상 인심을 꼬집고,
그런 중에서도 늙고 힘없는 스승을 생각한 이상적 인품을 상찬하였다.


그림을 살펴보면, 화면 우측 상단에 예서기가 강한 글자로‘세한도歲
寒圖’라 제題하신 후 그 왼편에‘우선시상 완당’이라는 관지와 관서를
써 놓아 이 그림이 이상적을 위한 작품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셨다. 소담
한 집 앞에 소나무와 잣나무가 우뚝 솟아 있고, 집 뒤편에 잣나무 한 그
루를 더 그려 넣어 그림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었다. 전형적인 삼각 구도
가 안정감을 주고, 그림의 간결한 필치는 문인화의 여백미를 한층 돋보
이게 한다. 형태를 묘사하는 데 중심을 둔 화원들의 그림과 다르게 제자
이상적의‘인품과 의리’라는 화의를 한층 뚜렷하게 나타내고자 한 추사

선생의 염원이셨으리라 생각된다. 따라서 항간의‘지나치게 여백이 많
은 작품이다’라는 등의 감상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된다.


얼마 전 국립중앙박물관의 한 학예사가 최근 발표한 논문을 통해 추
사 <세한도>의 치밀한 수리적 구성을 밝혔다고 하는데, 이는 논문의 구
상단계에서부터 잘못된, 한국을 포함한 동양화의 기본을 망각한 글이라
는 생각이다. 옛 문인 그리고 화원들은 수많은 습작 등을 통해 자연스럽
게 작품의 구성과 배치 등을 몸에 익히고 있었다. 이러한 몸에 베인 자연
스런 습득의 결과들이 그 작품들에 자연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따라
서 추사의 경우 <세한도>를 포함한 모든 다른 작품들에서 이러한 균형
미, 조화미, 특히 서도작품들에 있어 거의 완벽에 가까운 배자미가 나타
나는 것은 이러한 연유이다.


그야말로 이 <세한도> 작품은 추사의‘서권기’와‘문자향’을 느끼게
해 주는 신품이자, 특히 외적인 것, 물질, 지위와 권력을 쫓으며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큰 질
문에 넌지시 답을 주는 귀중한 작품이다.

ⓒ 모암문고 www.moamcollecti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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