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암생각 Moam's Thought

[모암생각 둘] 소중한 것들

Moam Collection 2010. 4. 2. 05:47

[모암생각 둘] 소중한 것들

 

 

추사 김정희, <대팽두부> 1856 (71세). 각 129.5×31.9cm. 간송미술관 소장

 

요 며칠 동안 과연 내가 가지고 있으면서 그 소중함을 모르고 잊고 지내 온 것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유의 결과 제가 망각하며 살아 온 것은 '가족'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 외에도 친지, 친구들, 은사님들, 선배님들 등등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말이죠.

 

정말 젊은 날을 함께 고민하며 함께 하여 온 친구들과 연락을 못하고 지낸지도 벌써 여러 해가 지났습니다. 정말 순수했던 시절 친했던 친구들인데 말입니다. 가장 가까웠던 친구 중 하나는 국내 굴지의 여성그룹을 매니지 하고 있고 쥬얼리 사업을 하고 있는 친구, 의사, 판사 등등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참,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제가 얼마나 사람 구실을 못하고 살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혹 이 글을 볼지도 모르는 친구들 중 자신은 '등등'으로 처리 되었다고 기분 상해하지 마세요. 제겐 모두 그립고 소중하니까요. 이해 할 수있죠?^^] 구지 변명을 하자면 너무 오랜시간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었고 또 오랜시간 떨어져 지내다 보니 혼자만의 시간에 너무 (정말 너무) 익숙해 졌어요. 머지않은 장래에 그간의 회포를 풀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하여 봅니다.

 

저뿐 아니라 아마 너무 가까이 있기에 '가족'의 소중함을 잊고 지내 온 분들이 많으실거라 생각됩니다. 사실 이 소중함을 이 전에도 문득 문득 느꼈습니다만, 우리는 또한 '망각의 동물'이니까요, 이내 곧 잊었었습니다. 사실, 많은 분들께서 이미 언급 하셨었지만, 우리는 모두 한 번 이 세상에 왔다가 꼭 한 번은 가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실을 보통 잊고 지냅니다. 또 이 '죽음'에 관하여 항상 생각하고 산다면 좀 우울할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 '죽는다'는 진리를 잊지 않고 살아간다면 어떠한 바르지 못한 일을 하려 할때 자제할 수 있지 않을까도 생각됩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는 본질적으로 '죽음'에 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바르지 못한 일'이란 어떤 것을 말하는 지 의문을 가지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는데 이 사안, 이 사안뿐 아니라 모든 것들이, 을 철학적으로 풀자면 아마 끝이 없을 것입니다. 통상적 개념으로 생각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저부터 많은 반성과 자기성찰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내 추사 김정희의 '대팽두부 예서 대련' 작품이 떠오릅니다.

 

大烹豆腐瓜薑菜
가장 좋은 반찬은 두부, 오이와 생강, 나물


高會夫妻兒女孫
가장 좋은 모임은 남편, 아내와 아들딸과 손자


많은 인생의 우여곡절을 겪으신 후, 추사가 깨달은 생의 가장 소중한 진리를 조용히 읊조리신 것과 같이 느껴져 더없는 감동과 교훈을 전하여 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70대의 추사가 느끼셨던 진리를 30대 중반을 넘긴 필자가 느끼고 있다면 주제넘은 생각이 될까요?

 

생각하다 보니 참 잊고 지내 온 것들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이 소중한 것들을 잊지 않고 살아가려 합니다. '죽음'이라는 진리까지도. 여러분들께서는 어떠한 소중한 것들을 잊고 지내고 계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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