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암생각 Moam's Thought

[모암생각 셋] 나의 '천국'은 어디에

Moam Collection 2010. 4. 4. 01:00

나의 '천국'은 어디에

 

 

 

안평대군 이용 · 안견, 「몽유도원도」, 조선시대 (1447), 나라 텐리대학 (天理大学) 중앙도서관

 

오늘 아침에 시작했던 '좌유(와유)'를 이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서 '좌유(와유)'에 관한 내용은 동산현관 님의 글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와유 http://blog.naver.com/sunonthetree/110083054274; 좌유 http://blog.naver.com/sunonthetree/110083350028) 과연 나의 '천국'은 어디에 있을까요?  

 

 

이중섭 「도원」

 

 

이중섭 「과수원 가족과 아이들」

 

'천국 (Heaven or Paradise)?' '천국'이라는 단어를 보니 중국 진대의 대 시인이자 학자인 도연명이 지은 '도화원기'가 생각나고 또 우리나라 조선시대 안평대군 이용이 꾼 꿈을 화가 안견이 그린 '몽유도원도' 그리고 이중섭의 여러 버젼의 '도원' 등등이 연상됩니다. 많은 분들께서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도화원기의 내용을 요약하여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사실 '천국 Heaven or Paradise'과 '이상향 Utopia'의 그 의미하는 바가 조금 차이가 날 수도 있지만, 이 글에서는 동일한 개념으로 다루겠습니다.]

 

"동진()의 태원연간(:376∼396)에 무릉()에 사는 한 어부가 배를 타고 가다 도화림() 속에서 길을 잃었다. 어부는 배에서 내려 산 속의 동굴을 따라 나아갔는데, 마침내 어떤 평화경()에 이르렀다. 그곳에서는 논밭과 연못이 모두 아름답고, 닭 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한가로우며, 남녀가 모두 외계인()과 같은 옷을 입고 즐겁게 살고 있었다. 그들은 진()나라의 전란을 피하여 그곳까지 온 사람들이었는데, 수백 년 동안 바깥세상과의 접촉을 끊고 산다고 하였다. 그는 융숭한 대접을 받고 돌아오게 되었는데, 그곳의 이야기는 입밖에 내지 말라는 당부를 받았다. 그러나 이 당부를 어기고 돌아오는 도중에 표를 해 두었으나, 다시는 찾을 수가 없었다." [두산백과사전, 한국브리태니커 참조]

 

이러하듯 중국 진대 도연명의 '도화원기' 이후 보통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 일본 등 동양에서의 천국의 이미지는 위에서 언급한 '도화원기', '몽유도원도' 등으로 표현된 '무릉도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거라 생각됩니다. '몽유도원도'는 워낙 유명하고 잘 알려진 작품이기에 작품에 관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천국?' 글쎄요... 살아서는 갈 수 없는 곳일까요? 불현듯 불가(화엄경)의 중심사상인 '일체유심조造'란 문구로 사유가 이어집니다. '일체유심조'란 화엄경의 중심사상으로 간단히 그 내용을 요약하면 '모든것은 마음에 [달려]있다'라 할 수 있습니다. '일체유심조'와 관련된 대표적 일화로 신라의 대승 의상과 원효의 이야기를 들 수 있습니다.

 

"의상과 함께 당나라 유학길에 오른 원효는 당항성(:)에 이르러 어느 무덤 앞에서 잠을 잤다. 잠을 자다 목이 말라 물을 찿다 바가지에 담겨 있는 물을 마셨는데, 날이 밝아 잠에서 깨어 잠결에 마신 물을 보니 바가지가 아니라 해골에 괸 물이었음을 알고, 사물 자체에는 정()도 부정()도 없고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에 달렸음을 깨달았다는 이야기이다. 원효는 그 길로 유학을 포기하고 돌아왔다." 

[두산백과사전, 한국브리태니커 참조]

 

 

일본 고신지(高山寺) 소장 의상대사 진영

 

 

일본 고신지(高山寺) 소장 원효대사 진영

 

위 이야기 또한 우리에게 매우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두 분의 생은 극명하게 갈린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신라 진골 출신인 의상은 당나라로 유학하여 화엄경에 정통하고 신라에 돌아와 부석사를 창건하고 후학들을 기르는데 힘을 쓰게 됩니다. 또한 의상과 선묘의 로맨스도 흥미롭습니다. 신라 육두품 출신으로 당나라 유학을 포기한 원효는 스스로 크게 깨달아 자신을 낮추고 불교의 대중화에 힘썼으며, 다량의 저술을 남겼습니다. 또한 원효와 요석공주의 사랑이야기도 눈길을 끕니다. 의상과 원효의 자세한 내용은 후일을 기약하겠습니다. 어쨌던 원효가 해골에 괴인 물을 마신 순간 그리고 잠에서 깨어 그 물의 실체를 확인하고 큰 깨달음을 얻은 그 '찰라의 순간'이 아마도 석가모니께서 보리수 아래에서 얻은 깨달음(Enlightenment)의 순간과 비숫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야기가 너무 다른 곳으로 흘렀습니다.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천국'은 존재하고 우리들은 천국에 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천국은 어디에 있을까요? 화엄종에서 얘기하듯 우리 마음먹기에 달려 있을까요? 물론 이 의미를 어렴풋하게 나마 이해하고 있지만 왠지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서양에서도 또 우리 동양에서도 천국 (무릉도원)은 현실에는 없는 이상향이라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사실 각 개인이 생각하며 그리는 천국의 이미지도 모두 다를거라 생각되고 대부분의 분들도 천국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실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글쎄요...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지만 왠지 있다고 믿고 싶어 지는건 왜 일까요? 고요하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광과 복숭아 향기가 그윽한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한가지게 (한가하게) 지내는 상상만해도 행복해 집니다.

 

여러분들의 '천국'은 어느 곳에 어떠한 모습으로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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